제67차 라디오·인터넷연설… "소득 낮아도 공정하면 더 행복"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단호하게 부정과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KBS1라디오와 교통방송,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로 방송된 제67차 라디오· 인터넷연설에서  “소득이 높고 불공정한 사회보다는, 소득이 다소 낮더라도 공정한 사회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의 저축은행 비리 사태를 언급,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배후에는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있다”면서 “이런 전관예우는 금융당국만이 아니라 법조, 세무, 국방, 일반 공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전관예우가 큰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묵인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소 혼란스러울 수는 있지만 과감하게 자를 것은 잘라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무엇보다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어 공직자윤리법부터 보다 엄격히 고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의 고통을 이겨내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가 도덕과 윤리를 회복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 제67차 라디오·인터넷 연설문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최근 여러 비리 사건을 보며 국민 여러분의 심려가 매우 큰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왔습니다. 일종의 관행처럼 되어 그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100년, 200년에 걸쳐 이룩한 성장을 우리는 불과 3~40년 만에 이뤘습니다. 이러한 압축성장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정과 비리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작년에 정부가 공정사회를 국정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관행이라고 보는 것 중 상당한 부분이 공정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습니다. 관행화된 비리와 부정이 젊은 세대의 희망을 빼앗고 서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민들을 분노케 한 저축은행 사태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 근본 원인은 물론 대주주와 경영진의 범죄적 비리입니다. 그러나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배후에는 전관예우라는 관행이 있습니다.

이런 전관예우는 금융 당국만이 아니라 법조, 세무, 국방, 일반 공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전관예우가 큰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묵인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행을 없애지 않으면 선진일류국가로 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행과 비리에 대해 과감하게 자를 것은 잘라야 합니다.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선출직과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를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공직자윤리법부터 보다 엄격하게 고치고자 합니다.

제도 보완도 중요하지만 사회 풍토와 문화, 그리고 그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물론 공직자 중에는 퇴직 후에 훌륭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서울시립대 강성태 교수의 경우가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강 교수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서 31년 간 근무하다 재작년 퇴직했습니다. 그 후 세무전문대학원에 입학해 공부를 마치고 재직 시 경험을 살려서 강단에 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육원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 왔고, 보다 전문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자원봉사 훈련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해외 근무 시절, 미국의 국세청 퇴직 공무원의 말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고 합니다. “경력을 갖고 돈을 벌지만 양심은 결코 팔지 않는다. 공직생활에서 쌓은 전문 지식과 경험은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퇴직하면 국가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

이처럼 공직자의 경력과 능력은 일종의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제가 만난 신임사무관 김애일 씨도 “젊은이들이 공직을 꿈꾸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면서 얻을 수 있는 보람과 가치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퇴직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으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확고한 윤리관과 국가관을 가진 젊은이들을 보면서, 나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큰 희망을 갖습니다.

저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인도의 압둘 칼람 전 대통령도 공직자의 훌륭한 귀감입니다. 칼람 대통령은 2007년에 퇴임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5년 전 옷 가방 두 개를 들고 대통령궁에 들어왔고, 이제 그것을 들고 떠납니다.”

칼람 전 대통령은 재직 시 청렴과 강직함으로 인도 국민들의 큰 존경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를 무대로 강연과 민간 외교 활동을 펼치면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소득 3만불, 4만불은 노력하면 머지않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소득이 높고 불공정한 사회보다는, 소득이 다소 낮더라도 공정한 사회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단호하게 부정과 비리를 척결해야 합니다. 나 자신도 오늘의 일을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오늘의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도덕과 윤리를 회복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와 협력을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청와대 | 등록일 :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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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뼈를 깎는 심정으로 부정·비리 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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