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극본 양희승·김보람, 연출 김상호, 제작 SLL) 2막에서는 7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고영례(김다미)와 한재필(허남준) 사이에 미묘한 변화가 찾아왔다.
익숙함에 묻혀 있던 감정이 어느새 설렘으로 번지며, 두 사람의 관계는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에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의 썸 모먼트를 짚어봤다.
# 두 사람만 모르는 썸
버스 안내양이었던 영례는 7년이 지나 미용실 스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재필(허남준)과 재필의 아버지 한기복(윤제문)의 머리는 늘 영례의 손을 거쳤다. 대학병원 인턴 의사가 된 재필은 당직이 끝나도 집에 가지 못할 만큼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프 날이면 어김없이 영례를 찾았다.
며칠 만의 휴식인지조차 가물가물한 재필이 꼭 영례 앞에 앉는 이유,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는 충분히 의심스럽다. 미용실 직원들이 이런 두 사람을 보며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디 있냐”고 쑥떡이는 이유였다.
퇴근 후 영례는 재필의 아버지 한기복의 머리도 정기적으로 커트했다. 백화점 부도로 쓰러진 뒤 오랜 투병 중인 기복은 여전히 고집불통이지만, 영례 앞에서는 유독 순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재필의 새어머니 성만옥(김지현)은 “저렇게 예쁜데 착하기까지 한 애를 친구로 두지 말라”며 재필을 다그치기까지 했다.
영례가 퇴근 길에 재필에게 여벌 속옷을 전달해주고, 병원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까지 하는 사이, 서로를 자연스럽게 챙기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친구 그 이상, 오래된 연인 같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느낄 만큼 영례와 재필의 사이에는 이미 조용한 변화가 피어난 지 오래였다.
# 의대인의 밤
주변의 성화와 로즈데이까지 겹치며 복잡해진 영례의 마음은 재필의 한마디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의대인의 밤’ 파트너로 와달라 부탁한 것. 동료가 영례와 다리를 놓아달라는 동료에게 단칼에 거절한 재필은 영례에게 “너라서 부탁하는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이유를 대기도 했다.
행사 당일, 평소와 달리 화사한 메이크업과 순백의 원피스로 단장한 영례를 본 재필은 “누구세요?”라며 짓궂은 장난을 건넸지만, 부끄러워 허둥대는 그녀에게 이내 엄지를 들어 올리며 “예뻐 진짜로”라고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장난 뒤에 묻어난 그 짧은 한마디는 영례의 마음을 다시 한번 흔들어 놓았다. 또 발목을 다친 영례를 위해 얼음을 구해와 찜질을 해주고, 업어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재필의 따스한 보살핌은 더 이상 ‘친구’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았다.
# 자각의 술배틀
영례와 재필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한껏 고조됐을 때,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나타났다. 바로 영례만의 키다리 아저씨 정현(김정현)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것. 정현과 재필, 그리고 영례의 오빠 고영식(전성우)은 오랜만에 함께 술자리를 가졌고, 정현은 작심한 듯 재필을 자극했다.
“애 데려갔으면 잘 좀 케어하지, 왜 발목을 삐끗하게 해?”, “보고 싶었는데 너무 짧게 봤어. 지금이라도 다시 데려올까? 이번엔 내가 업지 까짓 것”이라는 거침없는 마음이 튀어나왔다. 눈빛이 변한 재필은 정현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더니, 이는 결국 유치한 술배틀로 번졌다.
결국 만취 블랙 아웃 엔딩. 두 남자는 영례네 집에 나란히 뻗어버렸다. 그런데 정현의 이러한 도발이 재필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친구 마상철(이원정)이 “너의 진짜 속마음이 뭔데, 영례는 그냥 저스트 친구야?”라는 질문에 “아니”라고 짧지만 단호하게 답한 것. 재필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던 감정의 실체를 처음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익숙함 속에 설렘이 피어나고, 무심한 농담 속에서도 서로를 의식하게 된 영례와 재필. 친구라 부르기엔 너무 가까워지고, 연인이라 하기엔 아직 서툰 그 사이 어딘가에서, 두 사람의 감정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이런 두 관계에 대한 궁금증은 매주 주말 밤, 더 많은 시청자들을 ‘백번의 추억’ 속으로 이끌고 있다. ‘백번의 추억’은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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