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 대기업 '통행세' 관행에 제동..."신동빈 부회장이 부당지원 지시"
<오픈뉴스=김수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역할 없이 중간 마진 챙긴 대기업집단의 ‘통행세’에 대해 칼을 뽑아들었다.
공정거래위는 지난 19일 롯데피에스넷(주)이 제조사로부터 ATM기(현금자동입출금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주)을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 4,9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대기업집단들의 ‘통행세’ 관행에 대해 공정위가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것이다.
롯데피에스넷, 손해보면서까지 롯데기공 끼워넣어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6일 롯데피에스넷은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의 사업모델 변경·확대 계획을 롯데그룹 측 최고 경영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당시 롯데피에스넷은 ATM기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구 네오테크)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보고 중에 롯데그룹 신동빈 당시 부회장은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롯데기공은 2008년 공사 관련 채권의 회수지연 등으로 유동성이 크게 악화되었고 단기차입금이 과다해져 부채비율이 5,366%(산업평균은 469%)에 이르렀으며, 결국 2009년 1월 19일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에 처한 상태였다.
공정위는 ATM사업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주려고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기존의 직거래방식과는 달리 지난 2009년 9월부터 2012년 7월 현재까지 ATM기를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로부터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舊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네오아이씨피로부터 ATM기 3,534대를 666억3,500만원에 매입해 롯데피에스넷에 707억8,60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이 거래를 통해 41억5,100만원의 매출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적인 거래관행은 수요업체가 제조사로부터 ATM기를 직접 구매하여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나 롯데피에스넷의 간접구매 방식은 당해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과 완전히 배치된 것이다
훼미리뱅크, 한국전자금융 등 다른 경쟁사업자 모두 직접 제조사로부터 CD기, ATM기 등을 구매했으며 롯데피에스넷 또한 본 건 이외에는 모두 제조사로부터 직접 금융자동화기기를 구매했다
과적으로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는 아무런 실질적 역할 없이 형식적 역할만을 수행하면서, 중간마진을 챙겼을 뿐이며 그 만큼 롯데피에스넷은 손해를 봤다.
이로 인해 舊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은 2008년 881억 원의 당기순손실에서 2009년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가 현저히 개선됐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당시 지원 금액 39억3천4백만 원은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의 당기순이익 46억1.600만 원의 85.2%에 이르는 규모라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이번 롯데피에스넷 사건은 대기업집단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 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한 첫 사례이다”며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하여 계열회사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부당내부거래에 제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통행세 관행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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