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각국 지도자 그리고 귀빈 여러분,
이번 정상회의를 준비하느라 수고해주신 의장국 네덜란드의 마크 루터 총리께 감사드리면서, 전임 의장국 대통령으로서 개막식에서 연설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핵과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범세계적인 노력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믿습니다.
그동안 핵안보정상회의는 세계 지도자들이 공동의 비전과 신념을 가질 때,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2010년 워싱턴, 2012년 서울 정상회의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200여개에 달하는 핵안보 실천 조치들을 약속하고 이행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 각 지역별로 핵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센터가 세워지고, 한국과 미국, 루마니아, 헝가리 등 10여개 국가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자발적으로 핵물질 방호체계를 점검받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핵물질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4개년 핵물질 방호 이니셔티브(4-Year Lockdown)'에 힘입어 지난 4년 동안 3,000kg 이상의 무기급 핵물질이 제거되었습니다.
이는 핵무기 120여개에 달하는 분량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더욱 안전한 지구촌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각국 정상과 귀빈 여러분,
이러한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핵 테러의 위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어느 국가도 핵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핵 테러는 한번 발생하면 범세계적 재앙이 됩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핵물질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의 97%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 53개 참가국의 책임이 그만큼 엄중합니다.
현재, 세계에는 11만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과 방사능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 물질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이러한 물질들의 도난과 분실, 불법거래가 이틀에 한 번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입니다.
테러집단들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획득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3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유사한 재앙이 테러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핵안보를 위협하는 핵확산도 중대한 도전입니다.
지금 북한은 핵비확산조약(NPT)과 유엔 안보리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 집단에게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최근 국제 전문연구기관에서 발표에서도 보았듯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되어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렇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비확산, 핵안보, 핵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인 만큼,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국 정상과 귀빈 여러분,
저는 이러한 핵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핵안보 체제의 발전을 위한 4개항을 제안(4-point proposal)하고자 합니다.
첫째, 핵안보와 핵군축, 핵비확산이 서로 시너지를 갖도록 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3년말 완료한 ‘핵무기 물질을 핵연료로 전환하는 사업(Megatons to Megawatts)'을 통해 이미 이러한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핵탄두를 해체해서 나온 핵무기 2만개에 해당하는 고농축우라늄(HEU)이 도시를 밝히는 전기로 전환되었는데, 이것이야말로 ‘무기를 쟁기로 만든 것(swords to plowshares)’입니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현존하는 위험 핵물질을 제거하는 것에 더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의 체결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둘째, 지금까지는 핵안보 조치가 개별국가 차원에 머물고 있는데, 핵안보에 관한 지역협의 메커니즘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동북아 지역에는 전 세계 원전의 약 23%가 있습니다.
이처럼 원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핵안보 지역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원전 시설에 대한 방호는 물론 국가 간 신뢰 증진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셋째, 핵안보 분야 국가들 사이의 역량 격차를 해소해야 합니다.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만 강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튼튼한 안보망을 갖고 있어도 어느 한 나라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가 불안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 간 역량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기술, 경험 그리고 최적의 관행을 공유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 베트남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베트남 내‘방사성물질 추적시스템(RADLOT)’ 구축사업과 같은 국가 간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또한,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대체하는 고밀도 저농축우라늄(LEU) 핵연료와 같이 창조적 혁신기술 개발에 대한 협력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네 번째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 원전 시설에 대한 사이버 테러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중심이 되어 방어지침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는 방호 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아울러,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같은 장을 통해 사이버 안보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진전시켜가야 할 것입니다.
각국 정상과 귀빈 여러분,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안보를 핵비확산, 핵군축 그리고 핵안전과 함께 강화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고, 그래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전의 실현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헤이그 정상회의를 통해 인류의 삶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우리 모두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03.25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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