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박물관 앞마당에서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병아리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던 광명시 예빛유치원 어린이들과 하남시 명성 어린이집 어린이들은 대통령이 도착하자 ‘안녕하세요’라며 대통령 주위로 모여들었다. 대통령은 어린이들에게 몇 살인지, 박물관은 구경했는지 등을 물으며 다 같이 기념 촬영을 했다. 촬영을 마친 대통령이 전시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어린이들은 ‘안녕히 가세요’라며 손들어 인사했다.
전시관으로 이동한 대통령은 유호선 학예연구관의 안내에 따라 ‘훈민정음, 천년의 문자 계획’ 상설 전시를 둘러보았다. 7개 공간으로 나누어진 전시실을 차례차례 보면서, 훈민정음해례본과 언해본, 정조가 어릴 때 외숙모에게 보낸 14통의 한글 편지를 모은 ‘정조 한글어찰첩’ 등을 관람했다. 특히, 조선시대 글씨를 대필하는 궁녀들이 한글 연습을 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기계로 인쇄한 듯 정자로 쓰여진 글씨를 보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관람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하자, 유 학예연구관은 당시에 궁녀들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점심을 주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습시켰다고 설명했다.
다음 전시실에서 대통령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 근대 한글소설, 대한매일신보, 독립신문 등 근대화기 한글의 변천사를 관람했다. 유 학예연구관은 갑오개혁 당시 칙령으로 법률과 칙령은 한글로 작성토록 해 한글 사용이 법제화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디지털 전시실에서는 디지털 자료를 관람 중인 서울 강동구 꿈미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한글날이라서 왔는지 등 인사를 나누며, 앞으로도 한글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대통령은 관람을 마치며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정신은 현대 우리 대한민국의 지향점인 자유, 평등, 번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세종대왕은 모든 사람이 한글을 통해 신분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면서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여성만 사용했다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실제 한글은 왕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사용한 글자였다”고 덧붙였다. ‘정조 한글어찰첩’이나 ‘구운몽’을 쓴 김만중의 딸 김 씨 부인이 영조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한글 상소문을 통해서도 한글이 신분·성별에 관계없이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은 이어 조선시대 관청에서 각종 분쟁을 한글로 해결했다는 자료를 언급하면서 “조선시대에도 송사를 한글로 작성했다는 것은 관공서에서도 한글이 많이 쓰였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한문을 못 배운 사람들도 한글로 호소할 수 있게 되면서 평등의 가치를 실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대통령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유리한 문자가 알파벳과 한글이고, 한글이 우리가 IT 강국으로 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한글이 대한민국 번영의 밑거름이 됐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대통령은 “조선시대에는 한글이 있었기에 중국의 한자 영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관람을 마친 대통령은 김영수 국립한글박물관장과 작별 인사를 하며 “한글날을 맞아 학생들을 데리고 온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제게도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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