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7년 이방인의 만찬이라는 작품으로 국제난민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 창단과 동시에 주목받았던 창작집단 푸른수염(대표 및 상임연출 안정민)이 이번에는 여성의 역사를 파헤쳐보는 관점에서 한국의 신화를 다시 쓰는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우리에게 ‘삼신할매’로 알려진 출산의 신 ‘당곰’의 이야기다. 6월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중구의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올리는 이작품은 지난해 12월 <사랑연습-갈비뼈타령>이라는 제목으로 초연을 한 바 있으며 음악적인 구성을 더 다듬어 단체의 본격적인 레퍼토리로 다지려 계획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푸른수염의 여성의 역사와 한국 신화프로젝트는 앞으로 푸른수염이 관객과 만날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푸른수염은 한국 신화를 연극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의 신화가 가진 알고리즘을 깨며 창작자들의 재해석을 담아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예술적으로 더 의미 있는 일이라 믿었고 그 과정을 여과 없이 관객들에게 공유할 방법을 고민했다.
신화의 보수성을 해체하는 여성 연극인의 시각
신화에서 당곰은 자신이 원치 않는 임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신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
또한 나중에 벌레로 변해서도 자신의 속 좁음을 반성하는 수동적이며 순응하는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왜 그럴까? 라는 질문은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전승되어 오던 기존의 여러 신화나 민담은 권선징악이나 충효사상을 강조했고 여성의 캐릭터는 제한되었다.
하지만 기존의 신화와는 달리 푸른수염의 이번작품은 여성을 주체적인 인격체로 설정하고 당곰이 느꼈을 감정과 본능에 의문을 가지며 하나씩 재구성 하였다.
신화가 가진 남성중심의 알고리즘을 깨는 것은 역시 여성중심의 창작진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이 가진 서사, 그리고 다큐멘터리적인 영상의 활용 등 여러 가지 장치들이 새로운 연극적인 포맷을 만들어내면서 관객들에게 시사점을 던지는 소재로 활용되었고 과도한 메시지의 전달로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부드럽고 유쾌하게 푸는 예술적 요소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판소리와 민요, 그리고 힙합. 여러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신 개념 판소리극!
이번 작품에 붙는 장르적인 타이틀은 ‘신 개념 판소리 극’이다. 연출과 배우 모두 판소리에 애착을 가져 직접 배우고 무대에 펼쳐 보인다.
특히 가야금 연주를 라이브로 감상하며 그 반주에 맞춰 배우들은 민요와 판소리 힙합의 비트 있는 랩 등을 소화해 낸다. 고수 역할도 돌아가면서 맡아 그야말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공연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가 가진 극적인 장점 중에 하나는 바로 서사이다. 한 두 명이서 여럿의 인물을 소화할 수 있고 굳이 장면을 재현하지 않더라도 창자가 들려주는 서사에 의해 관객은 상상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다.
일반적인 드라마연극에서 배우들이 대사를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상황과 극적 템포에서 벗어나 배우들의 서사만으로 쥐락펴락하면서 연극적인 세팅을 과감하게 부수는 작업을 선택했다.
그런 면에서 판소리의 양식은 신화를 해체하는데 어울리는 음악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것은 판소리극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인데 관객들은 단순한 관람자에서 벗어나 추임새를 넣고 창자의 무대와 함께한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감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판소리가 가지는 생동감이다. 이번공연에서는 판소리의 그러한 장점을 연극에서 최대한 활용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
이번 작품의 출연자는 모두 여성이다. 해방이후 여성들만 출연하는 여성국극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고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을만한 사조였다.
지금은 명맥을 잇지 못하는 여성들의 연극에 한국의 여성 신화, 판소리라는 요소가 결합하여 판소리극이라는 장르에 여성국극의 계승이라는 소박한 정신과 연결 짓고자 한다.
티켓 예매는 플레이티켓(www.playticket.co.kr), 삼일로창고극장 홈페이지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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